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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쳤으니
지금은 연기를 가르친지 무려 26년이 흘렀다. 물론 매일 가르치는 게 아니므로 순전히 가르친 날짜만 따진다면 한 2년 정도 되려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연기나 뮤지컬들을 보면서, 그리고 연기의 달인들과 연기가 정말 어색한 연기자들을 보면서 왜 누구는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데, 누구는 저렇게 연기를 못할까 하는 생각들을 해봤다. 예전부터 드라마를 볼 때 계속 보게 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였다. 하나는 전개나 보이는 장면들이 새롭기 때문이다. 이전에 늘어졌던 것이 속도감이 있고, 갈등이 절적하게 구사되면서 계속 보고싶은 궁금증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특수 효과가 정말인 것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 놀랍기도 하다. 또 하나는 구성이다. 인적 구성도 그렇고, 기승전결이나 발단, 전개, 크라이막스, 결말의 구성도 그렇다. 때로는 고대 신화나 전설 또는 동화와 같은 이야기 구조로 전개될 때도 재미있기도 하다. 또 하나는 내용이다. 내용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의 구성 요소들이 하나씩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가운데, 짜임새가 있고, 개연성과 논리적이며, 추리적이기도 하고 전혀 감도 못잡고 있는 상태에서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 추가될 때 정말 재미있다. 사실 아름다운 화면 구성도 드라마를 보고 싶게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강렬하게 사람을 끌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름답게 생긴 사람들이 나와도 그게 그렇게 사람을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요즘 어린 사람들은 누가 나왔는지에 따라서 다소 감성적으로 선택하고 그것 때문에 계속 보려고 하고, 다른 드라마 요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기도 하다. 한 가지 더 나를 드라마로 끌어들이는 요소는 연기 그 자체이다. 모든 연기자들이 다 좋은 연기를 보여줄 필요는 없고, 아주 강렬하게 꽂히는 연기 하나면 된다. 대장금은 극복의 과정과 승리를 재미있게 봤고, 주몽은 그 무대가 오래되어 잘 모르는 시대가 궁금해서 봤으며, 요즘의 선덕여왕은 내용의 추리적 구성과 새로운 역사적 인물들의 등장과 그 역할이 나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아이리스는 빠른 전개와 이병헌의 연기 때문에 보고있다. 영화는 보고싶어서 봤어도 사실 무엇때문에 봤다기 보다는 보고 나서 느낌이 어땠다고 생각한다. 단지 한번 보고 끝나는 영화보다는 게속 기다려 지고, 그 기다림에 배신하지 않는 드라마가 좋다. 연기가 좋지 않은 드라마는 내용을 보고, 내용이 안좋으면 연기를 본다. 물론 둘 다 안좋으면 보던 것도 그만 보게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내용에 끌리는 것은 선덕여왕 하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다른 드라마들은 대체로 보다 말다 하다가 중간에 그만 보게 되었으니까. 선덕 여왕은 중간 중간에 내용을 안보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용 전개상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보게 된다. 아직 재미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상황의 전개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모두 사라지고 지지부진하게 되면 그 속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 많아서 그만 보게 될 것도 같다. 예를 들면 연기에 대해서 극찬을 받는 미실에 대해서 평하자면, 그의 디테일한 연기는 참으로 공력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웃음은 너무 가볍다. 마치 무엇이든 자기의 머리 속에 그려놓은 그림 속에 모든 게 다 들어있다는 듯한 여유가 나타나는데, 사실 덕만에게 당하는 것을 느끼고 나서도 그게 반성과 경계 그리고 숙고를 통한 판단을 나타내지 못하고 처음부터 반복적으로 같은 패턴만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황의 변화는 흐름과 더불어 매우 극적으로 변하고 있는데도 미실의 표정은 언제나 똑같은 분석 속에서 반복 표현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극의 중심 역할을 하는 덕만의 표정은 평면적이다. 입꼬리를 밀고 있는 입에서는 표정을 받쳐주는 근육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유신은 믿음직한 우직한 표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어서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는다. 비담은 자기가 표현하는 인간상에 몰입을 못하고 있고 표면적인 표현에 기대고 하루 하루 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미생은 풍월주 출신인데도 말을 타지 못한다는 이상한 설정도 있고, 그는 게속 연극에 몰입해 있는 것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하종은 복장과 연기가 극의 내용과 상관 없이 겉돌고 있으며, 칠숙은 도무지 왜 미실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는 설정이 극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인물인 을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감초 역할로 끼어 들어간 죽방은 어느 드라마에서도 항상 같은 캐릭터와 같은 연기로 일관한다. 그리고 다른 등장 인물들은 드라마에 능동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내용 전개와 회수에 제한된 관계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피동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선덕여왕은 재미있는데,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일의 결과 앞에서 어떻게 그 결과를 이끌어가는지 그게 너무 궁금하고 그 열쇠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손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서로 나누는 아이디어 회의에 가보고 싶다. 물론 그 회의에 끼어들어서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드라마를 안보게 될 것이다. 그 외에는 그 드라마를 볼 이유가 사라지므로. 가장 보기 싫은 이유는 바로 연기들이다. 아무리 인터넷 매체에 올라있는 평들을 살펴도 연기를 비판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드라마 평에 정말로 있어야 할 내용의 전개와 생략된 빠른 전개에 맞는 능동적인 연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는 없다. 드라마가 재미있기는 한가 보다. 블로거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선덕여왕의 드라마와 역사가 일치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비교한 것들이 많다. 그 글들도 재미있다. 추리적인 내용 전개에 맞추어 역사와 비교하여 다음 내용의 키워드를 맞추는 블로거도 있는데, 정말 머리가 좋다. 잘 맞춘다. 요즘 연기들에 대해서 쓴 소리하는 중년 연기자 또는 노년 연기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연기자들도 언제나 같은 색깔 밖에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연구하고 갈고 닦아서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없이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 없는 기존의 자기 연기 캐릭터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자기의 색깔을 버리고 나서는 도전자들도 있기는 하다. 마더의 김혜자와 같이 전혀 자기 캐릭터와는 관계가 없는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대종상의 하지원에 대해서 말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라면 김혜자가 가장 적합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수나 악기의 소리보다는 작곡가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어떤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기계적인 요소가 훌륭하면 정말로 감탄할 소리가 내 귀와 정신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내 영혼을 흔들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연기보다는 극의 내용에 치중하여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바로티냐 도밍고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듯이 연기자의 연기가 제대로 되었는지 어색한지에 따라서 몰입되는 정도도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거나 작곡자의 악보를 보거나 하는 것이 아닌 드라마를 보거나 연주를 듣는 것은 또 다른 감상의 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때가 아니라 즐기려고 할 때라면 그냥 보통의 조건들도 받아들이는 게 좋다. 그래서 도밍고의 밝게 울리는 콧소리로 감성에 젖는 것도 좋고, 연기자들의 연기를 통해서 드라마를 보려는 태도도 좋다. 나는 연기를 지망하지만, 연기에 자신이 없거나 한 사람들에게 연기의 디테일을 가르쳐 주고 싶다. 선이 굵은 연기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연기에서 어색하게 하는 요소를 쏙 뺀 아주 자연스러운 디테일한 연기를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이 란을 통해서 연기론을 하나씩 가르치려고 한다. 김태희도 오고, 이요원도 오고, 윤은혜도 오고, 윤상현도 오고, 오지호도 오고, 젊은 연기자들도 와서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그럴듯한 연기를 보고, 시청자들이 다시는 연기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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